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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별곡

물빛내음-한근식 2026. 2. 12. 12:15


나 어릴 적 생일이면 어머니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머리를 곱게 빗어 몸가짐을 단정히 하시고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깊은 산속 샘물을

떠오셨단다 갓 길어오신 물 한 사발을 장독대 위에

올리시고 자식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셨지

그러고는 그 물로 미역국을 끓이셨지

...

어둠의 길을 따라가다보면  거북이  영지버섯도

만날 수 있고 눈 맑은 사슴에 가슴 두근거릴 수

있습니다  


밝아오는 해가 세상을 포근히 품자

소나무와 바위가 그려집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는 길어온 샘물을

상에 올리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물을 연적에 담아 벼루위에 흘렸습니다

아버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종이 위에 숨겨진 선을 찾아 나갔습니다

...

붓이 날아서 학을 날리고

붓이 흘러서 물을 흘립니다


해,산,물,돌,구름,소나무,영지,거북,학,사슴...

붓은 오래 산다는 산신들을 그려나갔습니다


영원을 향한 조상들의 소망이 아버지의

손끝에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벼룻물 ]이진희 일부 변용



○●
무슨 그림이 이리 어두울까


생각이 길을 찾지 못 하는 그 짧은 순간

아침 해가 떠오릅니다


그간 서두르지 않는 거북이를 만났고

영지버섯과 사슴이 자취를 남겼습니다


사발에 담긴 정한수 속에서

십장생은 흘렀고 뛰었고 활짝 날아올랐습니다

...

화선지 위에 은은히 번지는 수묵화처럼

이야기도 그리 은은합니다


이진희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마음결에 살며시 두고오면

봄 아지랑이로 아른거릴  

그런 사연입니다    히이~♡